서비스의 건강을 수치화하기: SLI와 SLO의 실질적 활용
1. SLI 이해하기
SLI(Service Level Indicator)는 서비스의 품질과 안정성을 수치로 표현하는 지표입니다. 이는 사용자가 서비스를 이용할 때 체감하는 품질을 객관적으로 측정하는 역할을 합니다. 일반적으로 지연 시간(latency), 가용성(availability), 처리량(throughput) 등이 대표적인 예시입니다. 예를 들어, 하루 동안 처리된 API 요청 중 99.95%가 성공적으로 완료되었다면, 해당 서비스의 SLI는 99.95%로 표현됩니다. 이 수치는 단순한 데이터가 아닌, 서비스가 사용자에게 얼마나 안정적으로 제공되는지를 의미합니다.
SLI를 설정하는 과정은 단순히 숫자를 정하는 일이 아닙니다. 서비스의 특성과 구조를 면밀히 분석해야 합니다. 예를 들어, 전자상거래 서비스에서는 결제 성공률, 배송 API 응답 속도, 상품 등록 지연률 등이 각각의 SLI가 될 수 있습니다. 반면, 콘텐츠 스트리밍 플랫폼에서는 버퍼링 시간과 평균 시청 지속 시간이 핵심 지표가 됩니다. 이처럼 서비스의 본질을 반영한 지표 설정이 이루어져야 운영팀이 정확한 상태를 파악하고 신뢰성 있는 결정을 내릴 수 있습니다.
SLI의 가장 큰 장점은 “감(感)에 의존하지 않는 운영”입니다. 문제가 생겼을 때 단순히 “느려졌다”는 인식에 그치지 않고, “평균 응답 시간이 100ms를 초과했다”라는 구체적인 수치로 상황을 파악할 수 있습니다. 이는 개발자와 운영자가 동일한 기준으로 소통할 수 있게 하며, 결국 서비스 품질 개선의 출발점이 됩니다.
2. SLO 설정하기
SLO(Service Level Objective)는 SLI로 측정한 결과에 대해 어느 수준까지 품질을 유지해야 하는지를 명확히 정하는 내부 목표입니다. SLO는 단순한 숫자가 아니라, 서비스가 ‘얼마나 자주, 얼마나 안정적으로’ 사용자의 기대를 충족할 수 있는지를 결정하는 기준입니다. 예를 들어 “90% 이상의 요청(P90)이 100ms 이내에 처리되어야 한다”는 목표가 SLO에 해당합니다.
SLO 설정 시 중요한 점은 **서비스의 중요도와 비즈니스 임팩트**를 함께 고려하는 것입니다. 모든 API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할 수는 없습니다. 주문 및 결제 시스템처럼 사용자가 즉각적인 피드백을 기대하는 영역은 높은 가용성과 엄격한 응답 시간을 요구합니다. 반면, 내부 관리용 시스템이나 사용 빈도가 낮은 어드민 기능은 상대적으로 완화된 SLO로도 충분합니다.
이때 SLO는 단순한 목표치가 아니라 “경계선”의 역할을 합니다. SLO를 기준으로 서비스의 허용 가능한 오류율을 정하는 에러 버짓(Error Budget)을 운영하면, 안정성과 개발 속도 사이의 균형을 잡을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SLO를 99.9%로 설정하고, 나머지 0.1%를 에러 버짓으로 사용”한다면, 개발팀은 실험과 배포의 여유를 가지면서도 서비스 품질을 일정 수준 이상으로 유지할 수 있습니다.
3. 모니터링 및 팀 회고하기
SLI와 SLO가 제대로 기능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모니터링과 회고 문화가 필수적입니다. Datadog, Prometheus, Grafana 같은 모니터링 도구를 사용하면 지연 시간, 오류율, 요청 성공률 등 핵심 지표를 실시간으로 시각화할 수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운영팀은 서비스의 건강 상태를 한눈에 파악하고 이상 징후를 빠르게 감지할 수 있습니다.
또한 29CM를 비롯한 많은 기업에서는 주 단위 서비스 리뷰를 통해 장애 발생 원인을 분석하고 SLI/SLO 기준을 재조정하는 회고 프로세스를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회고는 단순히 오류를 복기하는 과정이 아니라, 팀이 더 나은 시스템을 만들기 위한 개선의 연속입니다. 특히 MTTD(Mean Time to Detect)와 MTTA(Mean Time to Acknowledge) 같은 운영 지표를 함께 검토하면, 장애 감지와 대응 속도를 꾸준히 개선할 수 있습니다.
궁극적으로 SLI와 SLO는 서비스 운영의 ‘지표 중심 문화’를 형성하는 기반이 됩니다. 문제 없는 서비스를 만드는 것이 아니라, 문제를 빠르게 인지하고 대응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진짜 목표입니다. 운영팀이 데이터를 기반으로 서비스 품질을 관리할 수 있다면, 결국 사용자에게 더 안정적이고 신뢰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게 될 것입니다.
